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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남아프리카 공화국)선교사 선교편지(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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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13회   작성일Date 26-08-13 09:01

본문

“지붕보다 더 큰 슬픔”


지난 6월 30일경부터 남아공 여러 지역에서 외국인들을 향한 **제노포비아(Xenophobia, 외국인 혐오)**가 다시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조금 낯선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남아공은 주변 국가인 짐바브웨, 말라위, 모잠비크 등에서 더 나은 삶을 찾아 많은 이민자들이 들어와 살아갑니다. 그러나 경제가 어려워지고 실업률이 높아질 때마다 일부 사람들은 “우리의 일자리와 자원을 외국인들이 빼앗아 간다”는 분노를 이민자들에게 향하기도 합니다.


이번에도 그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제가 사는 우스터(Worcester)에서도 이민자 가정들이 큰 두려움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학부모들이 사는 빈민촌에서는 어린 청소년 갱들까지 몰려다니며 짐바브웨 사람들의 집을 부수고, 가진 것을 약탈하고, 가족들을 위협했습니다. 때리고 부수고 집에 있는 모든것을 훔쳐 갑니다.

많은 가정들이 밤중에 급히 집을 떠나 며칠 동안 산이나 들판에서 숨어 지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한 가족씩 짐을 싸서 짐바브웨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떠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짐바브웨에 돌아가도 머물 곳이 없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버스비조차 없어 떠나지 못하는 가정들도 있습니다.

설령 고향으로 돌아간다 해도 받아줄 집이 없어 길거리 생활을 해야 하는 가족들도 있습니다.

교회들도 이들을 품고 싶어 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너무 심해 마음대로 도움을 줄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우리 학교에도 그 영향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하나둘 학교를 떠나고 있습니다.


떠나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이제 다시는 만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눈물이 납니다.

몇몇 가족들은 잠시 학교 농장 캠퍼스로 피신시켰지만, 모든 사람을 품기에는 저의 힘이 너무 부족합니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 두 명만큼은 어떻게든 졸업이라도 시켜 보내고 싶어서 현재 저희 집으로 데려와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떠나는 학생 가족들과는 햄버거 하나를 앞에 두고 마지막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막 짐바브웨로 떠나는 가족과 맥도날드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아이가 가장 먹고 싶었던 것이 해피밀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함께 마지막 점심을 먹었습니다.

부디 이것이 마지막 만찬이 아니기를 기도하면서 말입니다.


태풍으로 학교 건물이 심각하게 무너졌고, 한 달 반 동안 우리는 그저 건물 안의 물을 퍼내는 일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최근 보험회사가 일부를 승인해 주면서 드디어 지붕 공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제야 조금 숨을 돌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지붕보다 훨씬 더 큰 아픔이 제 눈앞에 펼쳐지고 있습니다.

건물은 다시 세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두려움에 떠는 사람들의 마음은 누가 세워 줄 수 있을까요?

지난 태풍을 지나오면서 하나님께서 제 마음에 주신 은혜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님께서 이 일도 선하게 사용하실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지금은 이전보다 더 튼튼한 지붕을 올리고 있습니다.

학생들과 교사들도 작은 임시 교실에서 공부하며 학교라는 공간이 얼마나 큰 은혜였는지를 새롭게 배우고 있습니다.

저 역시 건물을 자랑할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를 자랑해야 한다는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몇 년 동안 학교를 바라보며 참 뿌듯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자랑스럽던 건물도 하루아침에 무너졌습니다.

이제는 학교를 바라볼 때마다 “다시 세우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먼저 보입니다.

앞으로 이 학교는 멋진 건물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를 증거하는 장소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 제 마음은 여전히 무겁습니다.

짐바브웨 학생들의 부모님에게서 계속 전화가 옵니다.

도움을 요청합니다.

먹을 것을 가져다주려고 해도 그 지역은 지금 너무 위험해서 들어오지 말라고 합니다.

사실 지난 몇년 동안 저는 그 빈민촌을 수도 없이 심방했습니다.

교사들은 위험하지 들어가지 말라고 했어어도 늘 늦은 밤까지 다녀도 두렵지 않았던 곳입니다. 심방하다가 배가 고프면 그들과 같이 그들의 음식을 먹고 밝은 달을 보면서 따듯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오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학부모들이 저에게 “오지 마세요. 너무 위험합니다.“라고 말합니다.

학교에서는 벽돌이 한 장 한 장 올라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은 그 건물에 있지 않습니다.

제 마음은 두려움 속에 짐을 싸고 있는 학생들과 그 가족들 곁에 있습니다.

태풍으로 피해를 입었고 이제 무너졌던 그 집들을 다시 다 세워줬는데 이제는 남아공 사람들이 그 집을 다시 무너뜨립니다. 정말 너무나도 속 상합니다.

저는 남아공을 사랑합니다.

25년 동안 이 땅에서 선교하며 살아오면서 대부분의 남아공 사람들은 따뜻하고 사랑이 많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일을 남아공 전체의 모습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 학교의 모든 학생들은 어느 나라에서 왔든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소중한 아이들입니다.

이 땅에 미움보다 사랑이,

두려움보다 평안이,

분열보다 화해가 회복되기를 기도합니다.

요즘 제 기도는 단 하나입니다.

“하나님은 지금 이 이민자들을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고 계실까?”

그리고 또 묻습니다.

“그 하나님의 마음으로 나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저에게는 지혜도 필요하고,

용기도 필요합니다.

사자의 입에서 양을 구해냈던 다윗처럼,

위험을 계산하기보다 한 생명을 먼저 품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오늘 맥도날드에서 떠나는 학생과 해피밀을 먹으며 문득 예수님의 마지막 만찬이 떠올랐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사랑하는 제자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아셨습니다.

그분의 슬픔과 사랑은 제가 감히 헤아릴 수 없지만, 오늘 저는 아주 조금 그 마음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날밤, 자기 백성들을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신 그 예수님..

어떻게 사랑해야 끝까지 사랑할 수 있을 까요?

더 자주 햄버거를 사줄껄…

언젠가 다시 웃으며 만나기를.

그리고 그날까지 하나님께서 이 아이들과 가족들을 지켜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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